냉동 인간이 깨어난 미래, 데몰리션 맨
이 영화는 액션과 SF, 그리고 은근한 사회 풍자까지 섞인 좀 독특한 작품이에요. 저는 처음에 그냥 스탤론 대 웨슬리 스나입스의 대결 액션 정도로 생각하고 봤는데, 막상 보니까 폭력이 사라진 지나치게 평화로운 미래 사회를 비꼬는 유머가 곳곳에 깔려 있어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어요. 액션물이면서도 나름 아이디어가 있는 SF라,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예언 같은 부분들이 있어서 흥미롭더라고요.
어떤 영화냐면
1993년에 개봉한 미국 SF 액션 영화예요. 감독은 마르코 브람빌라인데, 재미있게도 이 작품이 그의 첫 장편 연출작이었어요. 주연은 실베스터 스탤론과 웨슬리 스나입스, 그리고 미래 사회의 경찰관 역으로 산드라 블록이 나와요.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 무렵 막 떠오르던 배우였는데, 다음 해에 스피드로 스타가 되죠.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11월에 개봉했어요. 냉동 인간, 폭력 없는 유토피아 같은 SF 설정을 액션에 버무린 게 이 영화의 큰 특징이에요.
줄거리
1996년의 LA, 저돌적인 경찰관 존 스파르탄(스탤론)은 극악무도한 범죄자 사이먼 피닉스(웨슬리 스나입스)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질들이 희생되는 사고가 벌어져요. 그 책임을 지고 스파르탄은 죄수로 냉동형에 처해지고, 피닉스도 함께 냉동됩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러 2032년, 폭력과 범죄가 사라진 지나치게 평화로운 미래 사회가 되었는데, 가석방 심사 중이던 피닉스가 냉동 상태에서 깨어나 탈출해 버려요. 폭력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미래의 경찰들은 속수무책이고, 결국 이 흉악범을 잡을 수 있는 건 같은 시대에서 온 스파르탄뿐이라는 판단 아래 그도 냉동에서 해동돼 다시 피닉스를 쫓게 됩니다.
좋았던 점
폭력이 사라진 미래 사회를 풍자하는 아이디어가 정말 재치 있어요. 욕설을 하면 자동으로 벌금이 부과된다든가, 모든 게 지나치게 위생적이고 통제된 사회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은근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요. 과거에서 온 스파르탄이 이 낯선 미래에 적응하지 못하고 벌이는 상황들이 코미디의 큰 축을 담당하고요. 그리고 웨슬리 스나입스의 악역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밝은 금발 머리에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주는데, 스탤론과의 대결 구도에 확실한 긴장감을 더해줘요. 액션 규모도 시원시원하고, SF적 상상력과 액션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 점이 좋았어요.
아쉬운 점
풍자와 액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어느 쪽도 완전히 깊게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미래 사회 설정이 흥미롭긴 한데 좀 더 진지하게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반대로 액션만 원하는 관객에게는 코미디 요소가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리고 90년대 초반 작품이라 미래를 그린 세트나 소품 디자인이 지금 보면 다소 시대의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것도 나름의 복고적인 매력으로 볼 수 있어요.
요약하면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SF적 상상력과 사회 풍자를 곁들인, 생각보다 똑똑한 오락 영화예요. 스탤론과 웨슬리 스나입스의 대결, 폭력 없는 미래를 비꼬는 유머, 그리고 초창기 산드라 블록을 볼 수 있다는 재미까지 있어서 90년대 SF 액션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만해요. 가볍게 웃으면서도 은근히 곱씹을 거리가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